두 달여 전부터 연구실의 테이블야자가 너무 자라서 이파리 몇이 모니터를 가리기 시작했더랬다. 시야에 걸릴 때 마다 머리 쓰다듬듯 모니터 뒤로 넘기다가, 몇 주 전 안되겠다 싶어서 모니터를 가리는 부분을 앞머리 자르듯 가위로 잘라버렸다. 그리고 오늘 깨달았는데 가위로 잘린 선이 모니터 한참 위에 있는데다가, 그 이후로 모니터를 가리는 잎사귀가 없었다. 굉장히 효율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순간 멍해졌다.
얼마 전에는 추위를 피해 내 방으로 들어와 닷새를 방 천장에서 방황하던 벌레가 있었다. 10초에 한 걸음 걷는 좀 멍해 보이는 벌레였는데, 결국 바닥에 떨어져 있길래 화분 위에 얹어주었더니 이틀을 그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았다. 그러던 어느 날 녀석이 침대 위로 기어 올라와 나와 눈이 마주친 뒤로 나도 모르게 압사시킬까 싶어 부득이하게 베란다로 보내고 문을 닫아버렸는데, 그 날 저녁 녀석은 기어이 예전에 내가 올려주었던 화분을 찾아 다시 매달려 있었다. 베란다 문을 닫아놨었다는 사실이, 그 녀석이 10초에 한 걸음 걷는 벌레라는 사실이, 그 많은 화분들 중에서 딱 그 화분을 찾아 매달려있다는 사실이 나를 적잖이 당황시켰다. 엄지손톱만 한 그녀석은 내 방의 구조를 어디까지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.
이런 일을 겪을 때 마다 인지의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다. 지구가 아니라 우주를 돌게 만들어서라도 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납득하고 싶어서 손톱을 잘근잘근 씹지만 안달난 사람에게 보이는 건 없는 듯.
2015/12/10 22:45 2015/12/10 22:45
인지의 한계. :: 2015/12/10 22:45 Routines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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